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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창작 시리즈/[칼럼 & 에세이]

창작은 도구가 아닌 시선이다 로우테크 아트의 의미

by 지구인_jiguin 2025. 4. 4.

창작은 도구가 아닌 시선이다: 로우테크 아트의 의미

로우테크 아트란 무엇인가 기술의 감속을 선택한 예술

현대 사회에서 기술은 항상 빠르고 정교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최신 스마트폰은 더욱 얇고 빠르며, AI는 복잡한 연산을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자동화된 로봇은 사람의 손을 대신하여 정밀하게 움직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기술 발전을 진보라고 여기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예술의 세계는 이와 다른 리듬을 가지고 있습니다. 로우테크 아트(Low-Tech Art)는 가속화되는 기술 중심 사회에서 의도적으로 '감속'을 선택하는 예술적 접근입니다. 이는 첨단 장비나 디지털 도구를 배제하고, 오래된 기술과 수작업을 통해 창작하는 예술 형식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예술은 단순히 기술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부재했던 시절의 감각을 복원하고, 인간의 손과 사고가 얼마나 풍부한 예술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긍정적인 실천입니다.

 

로우테크 아트는 창작자가 재료와 직접 교감하며, 손으로 만지고 조정하는 과정을 중시합니다. 이 과정은 기술을 대체하는 수단이 아니라, 예술이 본래 지닌 감각의 세계로 돌아가는 경험입니다. 작가는 빠른 생산과 디지털 필터로 가공된 이미지에서 벗어나, 재료의 질감, 표면의 마찰, 손끝의 떨림 등 감각을 통해 창작의 리듬을 새롭게 정립합니다. 이는 예술뿐만 아니라 삶의 속도를 되돌아보게 하는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로우테크 아트는 말합니다. 빠르지 않아도 된다. 기계적이지 않아도 된다. 창작은 원래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처럼 로우테크 아트는 단순한 작업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예술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와 시각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하는 움직임입니다. 디지털 시대에 잊혀진 아날로그적 감각을 다시 일깨우고, 느림 속에서 창작의 본질을 되찾게 하는 이 예술은 시대의 속도를 거스르며 새로운 울림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로우테크의 미학 불완전함과 수공성의 아름다움

로우테크 아트가 주는 가장 큰 매력은 완벽하지 않음에서 비롯됩니다. 자동화된 기계가 만들어낸 제품은 균형과 정확함을 지니고 있지만, 로우테크 작품에는 불균형, 우연, 사람의 흔적이 담겨 있습니다. 이는 감성적으로 깊은 울림을 줍니다. 비뚤어진 나사 하나, 기울어진 선, 거친 표면은 인간적인 결핍을 드러내며 개성이 되고, 따뜻한 미감을 자아냅니다.

 

또한 로우테크 아트는 제작자의 손과 마음이 직접 담긴다는 점에서 공예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재활용 예술과 결합하면, 낡은 물건이나 기술 폐기물은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 정서적 재구성의 주체가 됩니다. 예를 들어, 오래된 손드릴로 뚫은 구멍, 수작업으로 자른 철판 하나하나에는 창작자의 노력과 시간이 담겨 있으며, 이는 예술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표식입니다. 이러한 작품은 보는 이에게도 손끝의 감각과 세심한 작업의 리듬을 상상하게 하며, 디지털 세계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감정적 몰입을 제공합니다. 로우테크 아트는 만드는 것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이며, 손길이 닿은 모든 흔적이 예술로 해석되는 독특한 언어입니다. 이런 점에서 로우테크 아트는 예술과 삶의 경계를 허무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창작은 고가의 장비보다 시선에서 시작된다

많은 이들이 예술을 어렵게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아직 준비가 안 됐다는 인식 때문입니다. 더 나은 장비, 더 넓은 공간, 더 많은 기술이 있어야만 창작을 시작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로우테크 아트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반박합니다. 이 예술은 도구보다 시선이 창작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합니다. 주변의 물건을 다르게 바라보는 능력, 버려진 것에서 새로운 이미지를 떠올리는 상상력, 무의미한 조각에 이야기를 부여하는 감각. 이 모든 것이 로우테크 아트에서 가장 중요한 창작 자원입니다. 실제로 많은 로우테크 작가들은 고가의 장비나 전용 작업실 없이도 일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놀라운 작품을 만들어냅니다.

 

버려진 전자 부품, 낡은 공구, 오래된 목재는 특별하지 않지만, 예술가의 시선을 거치면 전혀 다른 존재로 변모합니다. 이는 창작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의 문제입니다. 나는 예술가가 아니야라고 말하던 사람도 로우테크 아트를 통해 예술은 누구나 할 수 있고, 누구나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이 과정은 창작의 범위를 넓힐 뿐만 아니라, 자존감과 감각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또한 로우테크 아트는 교육 현장이나 치유 프로그램에서도 활용되며, 사람들에게 만드는 것의 기쁨과 자기 표현의 즐거움을 알려줍니다. 우리는 결과 중심의 세상에 익숙해져 있지만, 로우테크 아트는 과정의 의미를 되살리고, 조용히 이야기합니다. 잘 만들어야만 예술이 아니다. 다르게 바라보는 것, 그것이 예술의 시작이다. 이 철학은 장비와 환경보다 내면의 감각을 일깨우는 창작의 본질을 되새기게 합니다.

 

기술의 시대,  감각의 회복을 말하는 예술

우리는 디지털 기기를 빈번히 사용하고,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정보를 얻으며, 기계가 대신 판단하고 실행하는 세상에서 살아갑니다. 기술은 우리의 일상을 빠르고 편리하게 만들어 주지만, 동시에 우리는 감각의 주체로부터 멀어지고 있습니다. 로우테크 아트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느끼는 존재로서의 인간을 회복하려는 예술적 시도입니다. 기계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하던 것을 직접 만지고, 조절하고, 실수하며 되살리는 것은 단순한 기술의 대안이 아니라, 감각 자체에 대한 선언이자 복원입니다. 작가는 손의 떨림, 재료의 온도, 공기의 질감까지 의식하며 창작하고, 관객은 그 작품 속에서 인간의 흔적을 느낍니다. 이처럼 로우테크 아트는 무감각해진 시대에 감각을 일깨우는 예술입니다.

 

미래가 더 디지털화될수록 우리는 더 많은 ‘아날로그’를 그리워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미 많은 이들이 필름 사진, 손편지, 바느질, 공예 같은 수공적 행위에서 위로를 찾고 있으며, 로우테크 아트는 그 중심에서 ‘느림의 가치’를 되새기게 합니다. 이 예술은 단순히 오래된 기술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를 조율하고, 사물을 향한 시선을 부드럽게 바꾸며, 우리 안의 감정을 회복시키는 행위입니다. 또한 창작자가 자신을 표현하는 동시에 세상과 연결되는 새로운 방식이 되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명상이고, 또 다른 이에게는 자기 회복의 도구이며, 사회적으로는 빠름과 효율 중심의 문화에 대한 균형 제안입니다. 결국 로우테크 아트는 기술의 시대를 살면서도 감각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법, 더디더라도 진심을 담아 무언가를 만들고 느낄 수 있는 용기를 우리에게 건네줍니다. 이것이 바로 이 시대에 로우테크 아트가 의미 있는 이유입니다.